
돈룩업 속 과학과 현실, 정말 가능한가?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 2021)은 혜성이 지구로 충돌하는 긴급한 위기 속에서 정부와 미디어, 대중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다. 정치권과 기업이 과학적 경고를 무시하는 모습, 언론이 진실보다 자극적인 뉴스를 앞세우는 태도, 그리고 대중이 위기를 외면하는 행태까지, 오늘날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혜성 충돌 시나리오, 과학적으로 타당한가?
영화에서 혜성은 지구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지만, 정부와 대중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현실에서는 NASA, 유럽우주국(ESA), 국제천체연맹(IAU) 등의 기관이 근지구천체(NEO, Near-Earth Object)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근지구천체 중 지구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수십 년 전에 발견되어 궤도 예측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예상치 못한 혜성이 갑자기 발견되고, 충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NASA는 실제로 혜성이나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해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2022년, NASA는 작은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충돌시켜 그 궤도를 미세하게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래에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할 경우,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평가된다. 그러나 영화처럼 혜성이 단 6개월 만에 발견되고, 이에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정부와 기업의 반응, 현실과 비교
영화 속에서 미국 정부는 혜성 충돌 위협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며, 기업과 결탁해 혜성의 자원을 채굴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도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 변화 문제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일부 정부와 대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이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기후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며, 일부 기업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를 방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오해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기업이 혜성의 귀중한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최근 우주 탐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소행성에서 희귀 금속을 채굴하는 ‘우주 광업(space mining)’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NASA는 2026년 소행성 16 프시케(Psyche)를 탐사할 계획이며, 이 소행성에는 엄청난 양의 니켈과 철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발전할수록, 경제적 이익과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증가할 것이다.
대중과 미디어의 태도, 과학을 믿을 것인가?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풍자적 요소는 언론과 대중의 태도다. 혜성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를 가벼운 농담거리로 소비하며, 심지어 정치적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인다. ‘돈룩업(Don’t Look Up)’이라는 구호가 혜성의 존재를 부정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되는 장면은 현실에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과학자들은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를 과장된 반응으로 몰아갔다.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일부에서는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퍼지며, 과학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정치적 성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또한,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을 경고해도, 일부 대중은 이를 믿지 않거나 ‘과장된 위협’이라고 치부한다. 언론 역시 이러한 논란을 조장하며, 과학적 사실보다는 자극적인 논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속에서 혜성이 다가오는 것보다 유명인의 스캔들이 더 중요한 뉴스로 다뤄지는 장면은, 현실에서 과학적 이슈가 정치적 논쟁이나 연예 뉴스에 밀려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돈룩업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과학적 경고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혜성 충돌이든, 기후 변화든, 전염병이든,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일 것이다. 영화 속 세계처럼 우리도 ‘위기를 부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